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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 프랑스팀 안에는 프랑스인이 없다- 라호이 전 총리의 발언, 실제 구성원, 정체성 논쟁카테고리 없음 2026. 7. 14. 15:00

1. 라호이 전 총리의 발언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스페인과 프랑스가 격돌하게 되면서, 경기 전부터 예상치 못한 논란이 축구계를 뒤덮었다. 발단은 마리아노 라호이 전 스페인 총리였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스페인을 이끌었던 그는 스페인 온라인 매체에 기고한 칼럼에서 프랑스 대표팀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프랑스가 두 차례 월드컵 우승 경력에 지난 대회 준우승, 이번 대회 전승이라는 화려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모든 성과를 프랑스인 없이 이뤄내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덧붙였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 논평을 넘어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의 출신과 인종을 문제 삼는 발언으로 해석되면서 즉각적인 반발을 불렀다.
파장은 빠르게 번졌다. 프랑스 내무장관 로랑 뉘녜즈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양성평등부 장관 오로르 베르제 역시 인종차별적 발언이라고 규정했다. 프랑스축구협회 회장 필리프 디알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인종차별적 뉘앙스라며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주스페인 프랑스 대사관까지 나서 프랑스 대표팀 선수 전원이 프랑스 국적자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격이 있는 선수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나라의 전직 총리가 상대국 대표팀의 정체성을 두고 인종적 뉘앙스가 담긴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월드컵이라는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유럽 사회 내 이민자와 다문화에 대한 뿌리 깊은 갈등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2. 실제 구성원
라호이 전 총리의 발언이 완전히 근거 없는 트집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프랑스 대표팀의 인종적 구성은 수십 년에 걸쳐 크게 변화해 왔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우승 당시 최종 명단 23명 가운데 이른바 토종 프랑스 본토 출신으로 분류되는 선수는 단 두 명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킬리안 음바페, 폴 포그바, 은골로 캉테, 블레즈 마튀이디 등 우승의 주역들 상당수가 아프리카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었다. 심지어 당시 지휘봉을 잡았던 디디에 데샹 감독 본인도 프랑스 주류 혈통이 아닌 바스크 지역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흐름은 이후 대회를 거치며 더욱 두드러졌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26명 명단 중 백인 선수가 8명에 그쳤고, 그중에서도 프랑스계 백인으로 분류되는 선수는 세 명뿐이었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이르러서는 그 비중이 더 줄어, 백인 선수 자체가 다섯 명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프랑스계로 분류되는 선수는 세 명 남짓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프랑스 축구가 과거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2세, 3세들의 유입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유소년 시스템을 구축해 온 역사와 맞닿아 있다. 다시 말해 프랑스 대표팀의 다인종화는 우연이 아니라 프랑스 축구 발전 전략의 결과물에 가깝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3. 정체성 논쟁
이번 사태는 결국 국적과 민족적 정체성을 둘러싼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진다. 프랑스는 태생지주의를 기본 원칙으로 하는 국가로, 부모의 출신과 무관하게 프랑스 영토에서 태어나거나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프랑스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해 왔다. 이 원칙에 따르면 아프리카계, 아랍계, 카리브해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선수들도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명백한 프랑스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여전히 혈통이나 외형적 특징을 기준으로 누가 진짜 프랑스인인지를 구분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번 라호이 전 총리의 발언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축구협회와 정부의 신속하고 강경한 대응은 이런 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미 확고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프랑스 대표팀은 단일 민족 국가라는 오래된 관념 대신,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국민들이 하나의 국기 아래 뭉치는 현대 프랑스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2018년 우승 당시에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프랑스 사회는 대표팀의 다양성을 오히려 국가적 자부심의 원천으로 재해석해 왔다. 이번 스페인과의 준결승을 앞두고 불거진 논란 역시, 결과적으로 축구장 안에서의 승부와 별개로 유럽 사회가 여전히 씨름하고 있는 이민, 정체성, 소속감이라는 복잡한 질문을 다시 한번 대중 앞에 소환한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